프로들의 결론,
고딘 Godin 멀티악 문디알

모두에게 좋은 제품이란 없습니다. 모두에게 좋다는 것은 별다른 큰 특징 없이 적당하다고 단정하여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품질이 모두가 만족할 만큼 뛰어난 제품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가격이 높거나, 수량이 제한적인 것 등 모두에게 좋은 제품은 아닐 것입니다. 건강기능식품, 자동차, 노트북, 하다못해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집까지 대부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물건을 고를 때 본인만의 기준을 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구매 이유에 대한 필수 요소를 나열해 보고 선택하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나에게 정말 필요한 제품이 무엇인지 집중해서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누군가는 공기 좋고 한적한 곳에서 살고 싶어 하지만, 누군가는 번화가 중심지에서 문화적인 혜택을 누리며 살고 싶어합니다. 기준이 다를 뿐, 정답은 없죠. 누구에게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오히려 장점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악기 역시 정확한 기준을 가지고 이해해야 하는 특색 있는 영역에 있습니다. 퓨전 나일론기타의 대표적인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캐나다 고딘의 대표적 인기 모델인 멀티악 시리즈입니다.

흡사 일렉기타 바디에 바디에 나일론 스트링을 장착한 이 형태는 요즘에서야 어색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이 모델이 출시된 1993년만 하더라도 과감하고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많은 이목을 받았습니다. 이런 하이브리드 모델이 어쨌건 30년 넘게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고, 퓨전 일렉 나일론 스트링 기타의 표준처럼 여겨졌으니 나름 큰 의미가 있는 모델이라고 볼 수 있겠죠.

일반적인 클래식기타 바디보다 작고 얇은 크기에, 사운드홀이 없어 피드백도 거의 없고, 상현주 너비도 훨씬 좁아 편하게 연주가 가능하다는 점, 프렛 개수 또한 일반적인 클래식기타보다 3개나 더 있어 확장성이 늘어난 점, 고딘이 자랑하는 3band 이퀄라이저 픽업 등은 라이브 공연 위주의 연주자들에게는 엄청난 장점으로 보여졌습니다. 특히 일렉기타를 주로 사용하는 분들에게는 본인의 연주 습관을 바꾸지 않더라도 나일론 스트링 특유의 따뜻한 음색을 쉽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사실 제 기준에서 이 모델은 정말 애매합니다. 저같이 아마추어 클래식기타 연주자나 클래식기타를 진지하게 연주해본 적이 있는 분들에게 이 모델은 줄만 나일론 스트링을 사용할 뿐이지 클래식기타스러운 부분을 거의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보통 클래식기타를 연주할 때 상판의 진동에 의해 만들어지는 자연스러운 울림을 고딘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클래식기타 악기의 음색적인 속성을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본다면, 줄의 소재에서 나오는 음색과 상판의 설계와 구조에서 나오는 음색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모델은 전자의 특성이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터치 강도가 어떻든 비슷한 셈여림을 보여줄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럼에도 이 모델은 전통적인 방식의 클래식기타 요소들을 적용하기 위한 노력들이 곳곳에 많이 숨어있습니다. 상판에 팬 브레이스를 적용한 점, 마호가니가 아닌 스패니시 시더 넥을 사용한 점, 솔리드 바디 형태를 띄고 있지만 공명을 위해 할로우 바디 형태로 제작한 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더 극단적인 형태로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하는 음색을 구현하기 위해 기획 단계부터 나일론 스트링 기타라면 지켜야 할 기본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뭐, 단점을 이야기한 것 같지만 전통적인 클래식기타 형태를 좋아하는 어디까지나 저의 기준이고, 앞서 잠깐 설명드렸던 것처럼 이 모델은 극단적인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선 말도 안되게 편한 연주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클래식기타나 통기타를 주로 연주해본 사람에게는 이질적으로 느껴질만큼 가볍고 얇은 바디에, 48mm 상현주 너비이기는 하지만 얇은 넥 쉐입을 가지고 있어서 손이 작은 분들도 불편하지 않게 연주가 가능합니다. 트러스로드로 넥의 휨 상태를 조절할 수도 있죠.

주목할만한 점은 넥 접합 방식인데, 볼트 온 접합 방식의 넥이 일반적인 플랫탑 기타보다 바깥쪽으로 길게 나와있다는 점입니다. 보통 12프렛 조인트나 14프렛 조인트 방식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기타들과 달리, 솔리드 바디의 일렉기타 처럼 길게 나와있어 전체 프렛을 연주하기 용이해집니다.

고딘의 시그니쳐이기도 한 상판 좌측의 프리앰프는 위치상 연주 시 볼륨과 톤을 건드리지 않게 하기 때문에 더욱 안정적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상위 모델은 LR Baggs 커스텀 픽업이 장착되어 있으며, 오늘 소개해드린 신모델 문디알 시리즈는 듀얼소스 방식의 픽업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상위 모델들과 100만원 이상 금액이 차이나기 때문에 합리적인 금액에 고딘을 경험해보시고 싶은 분들은 새롭게 출시한 멀티악 문디알 모델을 선택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소리는 상당히 대중적인 사운드입니다. 컨셉이 명확해서인지 이 모델은 굳이 어떤 분들에게 추천 해야 할지 이야기하지 않아도 감이 오는 분들이 꽤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전통적인 방식의 클래식기타 연주보다는 팝이나 재즈, 라틴음악, 대중가요 등에서 양념 역할을 제대로 할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만큼 활용 가치가 높겠네요.

고딘은 누구나 보편적으로 필요하거나 마음에 들어하는 악기는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필요에 의해서 새로운 카테고리가 만들어지고, 그 인기가 30년 이상 지속되어 글로벌 스탠다드를 이루고 있다면 한번쯤 주목 해볼만한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이 악기를 모르는 분들도 많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