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가격의 모던한 마틴을 원한다면, Martin GPC-X2E-02

수많은 기타 제조사들의 가장 큰 바람은 입문용 엔트리 모델부터 1000만원대 이상 하이엔드 모델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는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브랜드가 그렇듯이 주력 상품군이 있고, 소비자들의 인식 역시 그 가격대에 대한 이미지를 벗어나기란 쉬운 일은 아닙니다. 특히 고급 라인을 지향하는 브랜드일수록 탑다운 방식의 라인업을 구축하는 데에는 상당한 고민과 노력이 수반됩니다. 생산한다고 해서 모두 잘 팔린다는 보장이 없으며, 제품이 기대했던 것만큼 따라주지 않는다면 그동안 쌓아왔던 신뢰를 자칫 망가뜨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을 잘만 구축해 놓는다면 이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만족도가 높을 수록 타 브랜드의 이동을 막을 수 있고, 해당 브랜드 내에서 윗등급의 제품으로 재구매가 이루어질 확률이 올라갑니다. 소비자들이 이해하고 있는 제품 속성 영역이 브랜드로 확장되는 것이지요.

어쿠스틱 기타 브랜드에서 앞서 말한 방식을 성공시킨 사례는 손가락에 꼽습니다만 세계 최고의 통기타 브랜드 마틴은 이를 가장 잘 구축하였습니다.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스탠다드 시리즈는 대체 불가능한 고유의 헤리티지를 가지고 있으며, 위로는 하이엔드 영역인 어센틱, 커스텀샵 라인이, 아래로는 X, 로드, 15, 16, 17 시리즈까지 다양한 팬층을 만들 수 있는 브랜드는 거의 마틴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브랜드 자체가 신뢰가 될 경우 포르쉐, 샤넬, 롤렉스처럼 대체 불가능한 속성을 지니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틴의 엔트리 라인인 X와 로드시리즈의 성공적인 안착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특히 100만원 이내로 구입할 수 있는 X시리즈는 해당 금액대가 완전한 입문용 악기의 금액대는 아니지만 콜트, 고퍼우드, 야마하 등 중저가 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국내외 제조사들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금액대 이기도 합니다. 좋은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쉬워지는 만큼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과거에 비해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해당 금액대의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X시리즈의 특징은 HPL의 사용입니다. High-Pressure Laminate는 페놀 수지를 고온, 고압으로 적층하여 압축해서 만든 합성 소재로써, 라미네이트 목재의 성질과 유사하지만 생산 단가를 낮추고 변형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소재의 인위적인 음색을 보완하기 위해 브레이싱 설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고, 오늘 소개해드릴 GPC-X2E 모델의 경우 상판은 솔리드 시트카 스프루스 상판을 사용하여 자연스러운 울림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랜드 퍼포먼스 컷어웨이(GPC) 바디 형태는 드레드넛이나 OM처럼 마틴 고유의 바디는 아니지만 현대적인 음색을 보여주는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드레드넛의 풍부한 음량과 OM바디의 선명한 음색과 빠른 반응성을 적절하게 섞어놓은 GPC 바디는 장르 구분없는 범용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극히 모던한 음색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마틴 고유의 유전자는 어김없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마틴은 마틴입니다.

44.5mm(1 3/4”) 너트 너비에 ‘퍼포밍 아티스트’ 넥 쉐입은 지금은 단종된 퍼포밍 아티스트 시리즈를 위해서 만들어진 형태로써 모든 프렛 영역에서도 편안한 연주감을 제공합니다. 손이 작거나 체구가 작으신 분들도 크게 불편하지 않은 형태입니다.

X시리즈는 과거 별도로 케이스를 구입해야 했지만 신형 모델로 바뀌고 나서 가장 좋은 점은 X시리즈 전용 긱백이 제공된다는 점입니다. 이 모든 사양을 100만원 내에 구입이 가능하다는 점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마틴으로 인생 첫 기타를 경험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우셨다면 나름 합리적인 가격에 X시리즈는 충분한 대안이 될 것입니다. 물론 이 가격대가 마틴 소리가 제대로 나겠어?라고 의심이 가신다면 꼭 직접 연주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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