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도바의 가장 최상급 모델,
토레스 리미티드 Torres Limited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
안토니오 데 토레스,
레오 펜더,

이 세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악기를 제작하는 제작자였고, 그들이 만들었던 악기는 훗날 그 악기의 현대적인 초석을 만들었으며, 아직까지 그 고유의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의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안토니오 데 토레스의 클래식기타, 레오 펜더의 스트라토캐스터, 재즈베이스 등은 각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악기들로, 아직까지 모든 제작가들이 악기를 처음 만들 때 기준을 삼을 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물론 오리지널 악기들은 적게는 수천만원부터 수십억까지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죠.

오늘 소개해드릴 코르도바의 ‘토레스 리미티드’ 모델은 클래식기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제작자인 ‘안토니오 데 토레스’의 1856년 모델을 기준으로 복각한 모델입니다. 이 모델을 설명하기 앞서 안토니오 데 토레스는 왜 제작 역사상 가장 중요한 기타 제작가인지 알아보겠습니다.

1817년 6월 13일, 안토니오 데 토레스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의 ‘알메리아’ 근교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12살 때 목수 견습생 생활을 시작으로 나무를 만지는 작업을 시작했던 안토니오 데 토레스가 언제부터 기타 제작을 시작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1836년부터 1842년사이에 그라나다에서 기타 제작을 배웠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후 세비야에서 제작 공방을 차리고 1854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제작을 하기 시작했고, 이후 알메리아로 돌아와 1892년 생을 마감할때까지 총 320대의 악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사실, 토레스 이전에도 클래식 기타가 있었습니다. 대략 15세기에도 기타의 형태가 있었으며, 16세기경부터 유럽 각지에서 제작되고 연주되어왔습니다. 19세기에 들어서 현대적인 기타 모양을 닮았지만 몸통이 작은 로맨틱 기타로 발전되어 왔으며, 현재 사용되는 스케일과 부채살 모양의 브레이싱 역시 사용되었는데, 이를 음향학적인 개념을 도입하여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시킨 것이 바로 토레스입니다. 토레스가 개발한 설계와 디자인, 이론들은 아직까지 사용되고 있으며, 현대 기타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들입니다.

토레스의 기타가 이전 기타들과의 차이점은 몇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몸통의 크기를 이전 기타들보다 25%정도 키웠습니다. 커진 몸통의 크기만큼 음량도 커졌기 때문에 기타가 콘서트를 위한 독주악기로 사용되는데에 있어 큰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상판을 미세하게 곡면으로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통기타나 클래식기타라고 부르는 플랫탑 기타들은 사실 미세하게 둥근 형태로 되어있는데, 이는 상판의 진동을 효율적으로 지속시키기 위한 역할을 합니다. 마찬가지로 토레스가 개발한 이 방법을 전세계의 모든 기타가 사용하고 있습니다.

세번째로 상판의 두께를 부위별로 다르게 만들었는데, 장력이 집중되는 중앙부의 두께는 2.5mm 정도, 바깥부분은 1.4mm정도로 만들어 이상적인 진동을 만들어내면서 무게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네번째로 브릿지의 위치를 몸통의 아랫부분인 로워 바우트 정 가운데로 이동시켜 울림과 서스테인이 증가되고 저음역대가 더 깊어지는 효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밖에도 둥근 3개의 원형 헤드 디자인이나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또르나보스’라는 원통형 금속 장치 등은 토레스가 처음 고안한 것들이며, 토레스의 제작방식들은 헤르만 하우저, 라미레즈 등 이후의 모든 제작자들에게 영향을 주었습니다. 기타가 현대의 형태를 갖게 된 중요한 초석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토레스를 위대한 제작자라고 부를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코르도바의 토레스 리미티드 모델은 1856년 토레스 7 팬브레이스 오리지널 설계를 기본으로 실제 토레스 악기 3대의 목재의 두께, 브레이싱 디자인, 나뭇결과 재료의 등급, 음향학적인 진동 패턴 등을 분석하여 적용한 모델입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여느 코르도바 모델과 다르게 미국 캘리포니아 작업장에서 제작 마스터에 의해 수제로 생산되며, 니트로셀룰로스 피니시가 적용됩니다.

높은 등급의 엥겔만 스프루스 상판, 화려한 무늬의 마카세 에보니 측후판, 스페니시 시더 넥을 사용하여 마치 피아노와 같은 풍부하면서도 명료한 음색을 보여줍니다.
또한, 19세기 악기의 특징답게 현재의 사이즈보다 작은 몸통 사이즈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퍼바우트 폭은 257mm, 로워바우트 폭은 349mm, 현장 길이는 640mm, 너트 폭은 51mm로 실제로 연주해보면 폭 안기는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토레스의 오리지널 기타를 갖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악기도 80여대정도 뿐이라 만나보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다행히 저는 2019년 스페인 그라나다의 한 공방에서 오리지널 악기를 잠깐 만져본 적이 있는데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었습니다. 당연히 100년이 훨씬 넘은 악기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도 없거니와 연주가 가능한 수준의 악기를 구한다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하겠죠.

다행히도 토레스의 악기들은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전세계의 수많은 제작자들이 토레스의 복각 모델을 제작하고 있는데, 코르도바의 토레스는 설계도가 아닌 실제 오리지널 모델을 분석하여 제작했다는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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